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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0일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꽃이도 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사랑 얘기 같은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얌전히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 쪽을 향해 우유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異國) 햇빛 속에서 겁도 없이. -황동규- 예전에는 시시하게 느껴지던 일들,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던 일들, 당연하게 느껴지던 일들이 사실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만날 때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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