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0일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꽃이도
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사랑 얘기 같은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얌전히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 쪽을 향해 우유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異國) 햇빛 속에서 겁도 없이.



 -황동규-


 
예전에는 시시하게 느껴지던 일들,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던 일들, 당연하게 느껴지던 일들이 사실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만날 때가 있다.
by nowhere | 2005/11/20 02:17 | Poem | 트랙백 | 덧글(1)
Commented by 천국 at 2005/11/22 12:49
조금씩 설거지거리를 미루고, 우유빛 창을 여는것을 망각하고, 유채꽃 피는것 보지 못하면서 이 땅에서 겂도 없이 살아 가고 있네요...
머리 한쪽을 유실 한것 같네요..시련일까요...망각일까요...

시를 보면서 잠~시 사념에 잠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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