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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8월 21일
근래 본 책 중에 가장 흥미로운 책. 가격결정의 비밀을 깨달았다기 보다는 그 기술에 번번히 넘어가던 스스로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요지는 간단하다. "가능한 싸게 팔지 마라." 가격결정은 현재보다도 훨씬 중요하게 생각되어야 한다. 가격결정에서의 작은 차이가 순이익에서의 큰 차이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15% 순이익율을 내는 100원짜리 제품을 생각해보자. 100원짜리 제품을 105원에 판다면 가격은 5% 오르는 셈이지만, 순이익은 15원에서 20원이 되니 33%가 오르는 셈이다. 설령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100원에 6개를 팔던 것을 105원에 4개 밖에 못 판다고 해도 순이익은 60원으로 같다. 무엇보다 강력한 주장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에게 괜히 할인해 주지 말라는 것이다.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어쨌거나 돈을 내고 상품을 사는 사람들은, 자기 생각에는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따라서 '싸다'고 생각되는 것보다는, 얼마까지라면 이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들의 심리에 상한선에 가까이 갈 수록 훌륭한 가격결정인 셈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주장이다. 그러나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든 것은 그 다음 이야기. 돈을 많이 낼 생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능한 비싸게 받을 수록 좋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위해서 있는 것이 세일이나 쿠폰이다. 흔히 며칠간 벌어지는 "고객 감사 대전" 등이 그것이다. 정말로 고객의 성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면, 과거 제품을 구매했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맞다. 대부분 그런 대전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기존의 고객이라기보다는 신규고객이며, 예전에 비싼 값을 주고 같은 물건을 샀던 사람들은 그런 행사가 있을수록 입맛이 쓰게 마련이다. 따라서 그러한 '감사'세일 들은 사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도 같이 불러들이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아직도 몰랐냐고? 물론 세일이라는 것이 손님끌기용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할인된 가격을 보면 지갑이 보다 잘 열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즐겨가는 모 인터넷 쇼핑몰은 언제나 10% 쿠폰을 주고 있다. 그러나 개별 물건에 특별 쿠폰이 있을 때도 있고 단골손님이나 구매고객, 신규가입고객에게도 따로 쿠폰을 준다. 그런데 나는 그 쿠폰들의 할인폭이 10%를 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0만원 짜리 물건이 있고, 가격이 있다. 개별 물건에 쿠폰이 발행된 행사상품일 경우 옆에 쿠폰 적용가가 적혀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개인적인 쿠폰을 활용하도록 쿠폰 계산기도 있다. 마치 모든 사람이 매일 10% 쿠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듯한 천연덕스러운 인터페이스이다. 하지만, 그 쇼핑몰을 애용하는 나는 이벤트페이지에 가면 항상 쿠폰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항상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쇼핑금액의 1%를 적립해준다는 싸이트를 통해 들어가, 예전의 적립금을 1원까지 남김없이 털어, 10% 쿠폰을 활용해서 물건을 사곤 했던 것이다. 사실 그 싸이트는 약간의 고급화 정책을 쓰기 떄문에 초저가의 물건들이나 다른 싸이트보다 처음부터 싼 물건들을 내놓지는 않는다. 그러나 서비스도 만족스러웠던 데다가 쿠폰을 사용하면 다른 사이트와 비슷한 가격이 되고, 뭐랄까 그렇게 물건을 사면 더 싸게 산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로 분류될 수 있는 나는 단골이 되어갔던 것이다. 가격결정의 오묘한 기술에 사로잡혀 있었나보다. 그러나 그 사이트에도 패착이 있었으니,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탁상용 캘린더를 보내준 것. 주문한 물건이 없는데도 어느날 도착한 탁상용 캘린더는 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고, 매일 책상에 자리잡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니 한 때 불타오르던 인터넷 쇼핑기는 과거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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