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06일
31% 인간형
원제는 Goal Free Living. 최근 감명깊게 읽고 있는 책이다. 31% 인간형이란 설문조사 결과 특정한 목표를 가지지 않고 삶을 사는 사람들이 31%라는데서 온 것이다. 번역서의 제목이 오묘하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열려있는 기회들과 열망에 충실한 삶, 스스로를 고달프게 만드는 목표중독을 벗어던지는 삶에 대한 예찬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경력경로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나는 적어도 '정말'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어느 분야에서건 경력이 길지 않다는 것은 나의 약점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밝히고 싶지 않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나의 내면의 자부심의 일부이기도 하다.

나의 경력을 구성하는 중대한 결단들은 사실 오랜기간의 바람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주어진 기회에 충실한 결과였다. 좋게 말하자면 그렇고, 편하게 말하자만 다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의 선택경로가 미심쩍었고, 면접장에서 나를 선택하게 만든 멋진 입사동기와 포부들은 '구라'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러면 어때, 한 사람이 100% 동일한 것에 대한 목적의식만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닌이상, 그 '구라'들에도 다 일종의 진실이 큼직한 한 조각씩 들어있었던 것 아닌가. 다만 스스로 '오직 그것만을 바라는 완벽한' 열망과 기대와 포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그 완벽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그 간극을 매우려고 스스로 다소 가볍게 넘겨버리려고 생각했던 것 아닌가.

하고 싶은 동시에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해왔고, 하고 있지만 아직 못해본 일 중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누군가는 10대는 지났다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나는 어쩌면 타고난 31% 인간형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어딘가에 초연한 사람은 못 된다. 그렇다보니 뭔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 같은 사회의 압박과 스스로의 강박에 "그러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주는 이 책이 고마운가보다.

 
by nowhere | 2006/11/06 23:44 | 독서수첩 | 트랙백


<< 이전 페이지 |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