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3월 26일
안락사의 전제조건
15년째 식물인간으로 살아오고 있는 한 미국 여인의 안락사 여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식물인간 테리 시아보의 남편은 그녀가 이런 방식으로 삶을 지속하지를 원치 않을 것 이라며 그녀의 영양공급 튜브를 끊어달라고 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그녀는 현재 7일째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태. 반면 그녀의 부모는 남편이 그녀의 유산을 노리는 것이라며 반대에 나섰고, 부시 대통령마저 그녀를 살리기 위해 나서는 등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식물인간 시아보 탈수 증세…부모, 1심 기각되자 항소

이전까지 나는 소극적 안락사에는 찬성 입장이였다. 어차피 '아무것도 하지 않음' 으로서 유지될 수 없는 생명이라면, 인위적으로 거스르는 것 자체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라면,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구체적인 상황 앞에서는 그러한 생각들은 아무래도 약해지게 마련인가보다. 아무래도 본인이 의식이 없거나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주변사람들이 그의 생명을 두고 왈가왈부하게 되는 상황의 구체적인 모습이란 이런 건가보다.

'굶어죽는' 딸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그 고통까지 '안락사' 시켜줄 수 없다면, 최소한 보호자들의 의견이 상충하는 경우에는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남편이 유산을 노리는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 경우는 15년간 식물인간 부인을 떠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산이 목적이라는 주장에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정말 앞으로 그런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모는 이미 사망하고 남편/아내는 떠나버린 식물인간들의 안락사는 누가 결정할 것인가. 누군가 15년간 병원비를 대지 않았다면, 간병을 하지 않았다면.... 사실 우리 모르는 사이 이슈조차 되지 않고 이미 안락사 당한 사람들이 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안락사의 전제조건.
소극적 안락사(사망시키기 위한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연장을 위한 행위를 멈춤).
보호자들의 만장일치. 일정액 이상의 유산이 있을시 그 초과금액은 자동적으로 기부될 것.


by nowhere | 2005/03/26 03:00 | 뉴스를보다 | 트랙백(3) | 덧글(12)
Tracked from 이오공감의 흔적 at 2005/03/26 12:49

제목 : 2005년 3월 26일 이오공감
심형래 감독의 열정  by 버프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탱크신을 찍으려고 했는데, 현지 에이전트들이 9/11 여파로 절대 안될꺼라고 반대했었습니다. 열받은 심감독...안락사의 전제조건  by nowhere15년째 식물인간으로 살아오고 있는 한 미국 여인의 안락사 여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식물인간 테리 시아보의 남편은 그녀가 이런 방식으로 삶을 지속하지를...용서받지 못한 자  by 용PD [마이키 이야기]나 [Cheers]란 시트콤의 여주인공이었던 Kristie Alley가 이 드라마의 Heroin인데, 그녀는 요즘 무지하게 ......more

Tracked from Text only at 2005/03/27 10:31

제목 : 존엄사
안락사의 전제조건 어제도 한 토막 언급된 이야기이지만,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의 조산아를 어디까지, 얼마나 치료할 것이냐 같은 문제가 될 것 같이 않은 것도 실제로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의료를 생각함에 있어 '생명'이란 개념이 주는 견고한 사고 틀의 한계 안에서는 그것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생명이라는 준거는 부정될 수 없는 개념이지만 그것을 절대화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것 이외에 어떤 것이 필요하냐,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살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 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거시적 의료에 대해서 이야기해야만 하니......more

Tracked from TimeSpace137.. at 2005/04/01 23:12

제목 : 안락사 : 10억을 거절하고 아내를 안락사 시키려는..
지금 방금 아래의 뉴스를 보고 오늘의 주제는 '안락사'로 정하였습니다. 주제를 정하고 보니 최근 올린 와 연관성도 깊군요.. 기존의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아내 안락사 시키겠다며 10억 거절'- 링크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을 '안락사' 시킨다고 한다면 명백한 살인행위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이 안락사를 원하는 경우도 있으며 안락사를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에 대한 안락사 논의는 제외하도록 하겠다. 보통 우리가 안락사를 문제삼을 때 ......more

Commented by aboutsth at 2005/03/26 09:22
이글루밸리에서 낯익은 내용이 있어서 타고 들어왔어요. 그냥 숨쉬고, 기초적인 반응이 있는것에 희망을 걸고 그녀를 내버려두기엔, 가족들이 너무 이기적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언론플레이를 심하게 하는거 같은 부시와 공화당도 전혀 맘에 안들고... 물론 그녀의 남편이 그녀가 사고나기전에 티비보면서 했다는 "저렇게 사느니 죽는다"라는 말을 100% 신용할수는 없지만. 이 케이스때문에 앞으로 안락사에 관한 문서를 미리 써놓는걸 합법화 시키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니.. (물론 실현될 가능성은 없어보입니다마는.)

잘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Jinny at 2005/03/26 14:48
그 남편이 부인과 이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다른 여성과 함께 살고 있고 그 여성과 아이들도 낳았죠. 그리고 테리 시아보와의 결혼기간은 매우 짧았구요. 그리고 테리 시아보의 이러한 상태와 관련하여 그 남편은 병원이었던가,를 고소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700만 달러 배상을 받기도 했죠. 뭐 대부분의 금액이 그녀의 병원비에 이용되었다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그녀의 의사가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녀를 법이 죽도록 결정하는 것은 어색해요.
모호한 명제에 대해서 한쪽 주장을 지지하기는 쉽지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입장을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죠.

이글루 밸리에서 들어와서 보고 글 남깁니다.
Commented by 자연체 at 2005/03/26 15:45
부닥겨 보지 않으면 그 심정을 헤아릴 수 없겠지요.
전연 그 상황과 무관한 인간으로서 감히 남의 생명을 가지고 살리니 죽이니 하기 거론한다는 것 자체도 만부당한 일이 아닐런지.
Commented by 토깽 at 2005/03/26 16:19
저도 그 남자 이미 딴 살림 차리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Commented by mooni at 2005/03/26 21:19
도대체 그 일정 기간과 액수는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_-;;
Commented by nowhere at 2005/03/27 08:36
이미 딴살림이라. 전 모르고 있었네요. 15년이란 긴 세월이니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럼 '왜' 굳이 안락사시키자고 하는거죠!?
Commented by 아미 at 2005/03/27 22:19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가 전처에게 있다는 믿음

또는

병원비 계속 나가서 아까워서 ..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Commented by 달파란 at 2005/03/30 14:34
식물인간상태(어휘자체가 좀 모호 하군요)의 사람에게 사망시키기위한 행위와 생명연장 행위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 하군요 그리고 법적인 보호자와 일반적인보호자(위의 시아보의 부모)사이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지요 그리고 일정액 이상의 유산이 있을시 초과 금액이란 말은 무슨 말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째든 안락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Commented by nowhere at 2005/03/30 16:11
식물인간의 경우에는.. 사실 같은 것이겠죠. 보호자는.. 사실 유산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해관계자라고 해도 될 것 같지만, 그러면 말이 너무 거칠어보여서 ^^; 일정액 이상의 유산이라고 한건, 적어도 병원비/장례비/세금 정도는 처리하고 난 후 남는 금액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암튼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안락사를 주장할 여지는 없애자는 이야기) 안락사같은 경우는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기본적 입장이 더 중요하겠자만, 구체적 사례를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Commented by 아미 at 2005/03/31 01:52
그러면 식물인간 본인이 돈이 없는 사람이라서 보호자의 돈이 계속 병원비로 나가는 경우는 어케 되죠? 이 경우는 장래 채무 발생의 여지를 제거한다는 소극적인 의미에서 경제적 이익을 노린 안락사가 되잖아요? 우리나라에도 식물인간 어머니를 가진 소녀가장이 병원비 대다가 신불자 되어서 자살한 사례도 있는데..
Commented by yugo at 2005/04/02 06:24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살게 했어야 했습니다.
아직은
안락사라는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Commented by nowhere at 2005/04/02 11:27
아미// 식물인간 어머니 소녀가장이 자살이라니 ㅡ.ㅜ 이 나라의 의료보험은 정말 껍데기 뿐인가요! 감기가 아니라 이런걸 커버해 줘야 보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건데요.
yugo// 정말 생각해보면 볼수록 쉽지 않더라구요. 요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를 읽고 있는데 식물인간이 된 사람 부분을 읽다보니 정말 안락사가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냥 생각할때와는 달리 이런 구체적인 상황하나만 보아도 이렇게 생각이 엇갈리는데, 미리 자신의 안락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건 어쩌면 덧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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